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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작  성 일

작  성 자

내      용

길5호 말없이 이름 없이 흙과 더불어 외길 한평생 (고 月光 劉泳弘 고문의 일생을 더듬어-초원운동의 뿌리) 님이여! 그토록 사랑하던 지게와 괭이를 버리고 어떻게 가셨습니까? 일하기 싫은 사람은 굶어 마땅하고, 끝내 일하기 싫다면 갈 수 밖에 없다 하시더니...일하기가 싫어져서 가셨습니까? 세상에서 노동이 제일 편안(일체 잡념 없음)하고, 귀하다(일한만큼의 댓가)시더니 편하기가 싫어져서 입니까? 아니면, 실속 없이 사치와 낭비로 허세부리며 거짓되어가는 꼴들이 보기 싫다 하시더니 그래서 가셨습니까? ‘할 수 만 있거든 자립하겠다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경로당에는 두꺼운 담요가 필요하다. 너희들이 외등을 달아주어 동네가 도시처럼 밝아서 참 좋다. 전기료는 너희들이 부담해 줘러’하시며 지도해 주셨는데 마을일을 누구와 의논하라고 먼저 가셨습니까? 우리는 진정 숙질관계이기보다는 어떤 삶을 향한 동지였기에 그렇게도 공통점이 많았나 봅니다. 혼자만이 간직한 그 깊은 삶의 철학을 누구에게도 설명하려하지 않으시고, 한 맺힌 산골의 버린 땅에서 가난을 극복하려 순한 암소처럼 그토록 일만 하다 가셨습니다. 앞서 가신 님의 일생을 돌아보며, 님이 못다하신 깊은 뜻을 길이길이 간직하여 대신 실천하려 이 글을 삼가 영전에 올립니다. 조카 향견(鄕鵑)승룡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주변에 영향을 끼치면서 살아간다. 더욱이 곳곳에 묻혀 말 없이 이름 없이 상 받는 일에는 소외된 채 진지한 자세로 이웃에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초원의 뿌리가 되고 있는 회원들이 많이 있다. 지난 1984.8.20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난 고 유영홍(月光 劉泳弘-향년66세)고문도 그 중의 한 분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남다른 근면성과 강한 자립생활 태도뿐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착하고 바르게 사시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곁에서 그러한 삶의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초원의 싹 텄고, 그 분의 이런 삶을 통하여 초원의 꿈을 더 싱싱하게 일깨워 주신 것이다. 입으로 진실을 외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이 초원의 힘이 될 수는 없다. 초원의 힘은 진실을 몸소 실천하는데서 솟아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기에 고인의 이생을 단편적으로나마 소개하려한다. <1> 출생과 배경 유영홍 고문은 행정구역 상 소외된 3개군(충남, 서천, 보령, 부여군) 접군지역인 보령군 미산면 풍산리 찬샘골(寒泉洞)에서 1919년 가난한 농가의 우애 있는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일찍이 주산 농업 실습학교를 수료했다. 공직에 나아갈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사양하고 독농가로 50년을 살아오셨다. <2> 고인의 생활모습 이모저모 ① 새벽4시면 시계보다 정확히 일어나 편리한 신을 신고 하루 일을 시작한다. ② 특별한 행사나 손님이 없는 한 점심시간에 방에 앉아 식사하는 날이 거의 없었다. ③ 낮일만으로도 부족하여 달빛이 아깝다며 뒷산 개간이나 지갯짐 나르는 일은 야간을 이용 하고, 비오는 날 일거리는 별도 계획을 세워 실행했다. ④ 외출 행사에 다녀와서도 일을 해야하니 하루도 지개 안진 날이 없을 정도였다. ⑤ 명절에는 어려운 집에 쌀말을 나눠주고, 먼 친척까지도 어른이 게신 집에는 예물을 거른 적이 없었으며, 평소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빈손으로 보낸 적 없이 인정어리 나눔이 몸에 밴 삶이셨다. ⑥ 사사로운 일로 흥분하여 남과 다툰 일이 없고, 항상 미소로 남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 성격이이라 주변에서 지, 간접으로 고인의 도움을 안 받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 맺힌 오지의 선구자> 그 때 농업 실습하교를 수료하고 농사일을 지켜온 사람은 오직 혼자였다. 지역적으로 당국에서 소외된 땅 서러움에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서천군 판교(6Ｋｍ),부여군 홍산(8ｋｍ)시장까지 농산물을 이고지고 높은 잿말재를 넘어 다니는 숙명을 감당해야 했다. 이 고갯길은 빈 몸으로 다니기에도 힘들어 대대로 농산물 판매는 포기한 채 시장에서 생필품만 사다 쓰는 나태 속에 살아왔다. 이렇게 빈곤만 물려주며 살아온 마을이다. 그런데 고인의 삶은 이렇게 대를 이어온 가난 극복을 위한 근면과 자립심을 일깨운 씨알로 뿌려졌다. 특히 요사이 도시인들의 물자 낭비 풍토에 대해서는 망국징조걱정까지 하실 정도였다. 그러기에 60년도에는 마을 협동계를 조직하여 향토사업을 할 때도 고임을 계장으로 모시고, 그 뜻에 따라 ① 무지와 게으름은 가난의 원인이고, ② 농사에는 적당이 없고, 노력의 댓가 뿐이며, ③ 수입 없는 지출은 폐가의 원인임을 강조하는 등 10여개의 실천 표어를 만들어 자립마을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산골에서 잠 고대하던 농민들에게 1940년 대 후반기부터 요새 말하는 새마을 소득증대 사업을 시작하여 1960년대까지 잘 살기운동을 일으킨 것이다. 그 때 온상에서 1년감(도마도), 오이, 채소 등 신품종을 생산하여 곳곳에서 실시하는 농산물 품평회에서 최우수 상을 받아 주변에서 이름을 떨쳤다. 집집마다 품질 좋은 농산물을 재배법을 지도하여 주변 시장을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잿말재 짐 나르기에 지쳐 외지에 진출하려고 고민도 많았었다. 그러나 연관된 일들을 정리할 수가 없어서 계속 고향을 지키게 되셨다. 다시 수 백마리의 양계(지금도 닭치는 집으로 부름), 양돈, 비육우 사육 등 축산으로 전환하며 다각 영농을 연구하셨다. 한편 주변영농기술지도 등 농촌지도소가 없던 그 때 무명의 농촌 선구자로서 밤낮으로 쉴 틈이 없었다. <4> 끈질긴 집념 누구나 살아가는 길이 순탄할 수만은 없다. 고인이 겪은 시련 중에서 잊을 수 없는 두 사건만을 소개한다면, ① 님은 건답 두마지기(약400평)로 분가하여 자립 영농을 시작하였다. 6-7년이 지난 어느 날 들일 나간 사이에 동네 아이들의 불장난으로 살림 한 점 꺼내지 못하고 수 백마리의 양계장까지 불타버렸다. 10년 공이 삽시간에 불타버린 것이다. ② 그 뒤 10여년 노력으로 겨우 복구될 무렵 면 직원으로 취직하는 친구의 재정 보증을 서 준 일이 있었다. 그 친구의 공금횡령 사건으로 전답을 팔아서 변상해야 하는 불상사를 당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가장 젊은 시절 20여년간의 피땀어린 부부의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무일푼이 되었다. 이렇게 되자 부부의 갈등이라는 경제적 손실 이상의 상처를 받게 되었다. 신은 시련을 이겨낼 만한 사람에게만 시련을 주신다더니 정말 그래서였을까? 웬만한 의지로써는 재기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님은 얼마동안의 고민 끝에 아무것도 포기할 것은 없었다. 일도, 친구도, 가족도, 마을도 모두가 ‘내 삶’이요, 자신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그 뒤부터 빚을 갚아보려고 우시장을 다니며 과음하게 된 것을 고민했으나 술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준 일은 없었다. <5> 시련을 겪으면서 우리에게 본보이신 것은? 누구나 손재와 시련을 당해도 특별한 경우를 제하고 본인의 결심과 노력에 따라 복구하기 마련이다. 대개 잘 못된 일은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잘된 일은 자기 공으로 내세우기가 보통이다. 그러나 본인의 책임과 관계없이 그렇게 큰 손해를 두 번이나 당하고도 그 아이들이나 그 친구를 욕하거나 원망하는 말씀을 들어본 사람이 없었다. 어디 그 뿐이랴! 그런 일이 있은지 근 20년이 지난 요즈음, 그 친구가 재기하여 인천 모처에서 잘 살고 있다는 어느 분의 정보 제공(?)에, ‘응, ‘그 친구 TV와 전화까지 놓고 잘 산다더군’하고 응답하셨다. 그리고 그 친구 집에 한 번 들러보고 싶어도 빚 받으러 왔다고 오해할까봐 서울까지 갔어도 안 들렸다는 말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부끄러웠다는 동민의 이야기다. 이 세상 그 누가 그런 입장에서 그런 말과 여유 있는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친구를 배신하고, 가산을 탕진시키고도 사과 한 마디 없이 과문불입(그 친구가 고향에 왔어도 찾지 않았음)하는 그 친구였다. 피해 준 친구의 마음에 상처나 오해 받을 일은 아예 생각조차 않으시며 그의 마음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셨다. 마치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을 대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수고자의 모습을 뵙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니 고인을 싫어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난 적이 없다. 이제 고인은 가셨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분의 삶이었기에 초원을 그렇게 좋아하셨나 봅니다. ‘내 죽더라도 남에게 줄 빚은 없고, 내게 갚을 사람들은 내가 죽은 뒤라도 갖다 줄 사람들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던 임종 며칠 전의 말씀 속에서 얼마나 신의 있게 살아오신 깨끗한 끝맺음을 준비하셨는지를 집작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가시던 날, 구좌용지에 적어 둔 초원회비를 받으며 세상에서 못 다한 뜻을 초원에 부탁한다는 유서로 알고 이 글을 썼습니다. 님께서 보여주신 무언의 애향심이 바로 애국심이었고, 그 생각이 곧 초원의 뿌리정신임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말없이 이름 없이 살아오신 님의 뜻을 기념하여 찬샘골 마을을 무궁화꽃 마을로 가꾸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님께서 보여주신 근로정신을 본받고 여유 있는 마음을 길러 오염 안 된 찬 샘물이 넘치듯 온 누리에 나눠 줄 수 있기를 다짐합니다. 님이 시어, 고이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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