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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6호- 교사 김남식 선생님 이주영/서울 탑동초등학교 교사 태어나 이 땅의 교사가 되어/ 꽃피고 새가 운지 어언 30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가르쳤느냐? 분필 가루 속에 흘러간 꽃다운 이 내 청춘/ 내 아들아!내 딸들아 서러워마라/ 만난 것 먹고프냐, 좋은 옷 입고프냐? /너희는 자랑스런 교사의 자녀이다/아아, 다시 못올 꽃다운 내 청춘/ 분필가루와 함께 흘러져간 30년!/ 30년이 아니라 40 여년, 아니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삶을,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 전체를 이 땅의 교육에 바친 수 없이 많은 선배 서냉님들이 계심을 저는 압니다. 그 많은 분들 가운데 한 분을 이 자리를 빌어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평범하면서도 누구 못지 않게 참된 교육을 하시고자 몸부림치셨고, 진실 되게 사시고자 힘쓰신 김남식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은 겨레의 함성이 전 세계에 메아리쳐 울렸던 ▶1919년에 태어나셨습니다. 함경남도 함흥 영생중학교를 졸업한 ▶1939년에 부근 이원군에 있는 창평국민학교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1944년에 박순덕여사와 결혼 후, 슬하에 4남1녀를 두셨습니다.(현재 2명결혼) ▶1945년 아버님의 병환이 심해져서 고향근처 원산 적전 초등학교로 옮기셨습니다. ▶1947년동네 청년이 놀러 와서 교무실 벽에 걸린 스탈린의 사진에 ‘공기총’을 쏜 것이 문 제가 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노동당 가입을 거부하고 있던 차에 일어난 일인데다가 우연히도 총탄이 스찰린인의 목을 뚫었기에 더 큰 화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약 한 달간의 구금에서 풀려나자 월남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월남한 ▶1948년에 경기도 시흥군에 있는 군자 국민학교에서부터 재출발하여 ▶1954년에 서울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1960년 4.19 후에 일어났던 교원노조운동에 참여하셨다가 5.16후에 강제로 교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다 민정이양 후 ▶1963년에 국회에 제출한 복직 청원서가 통가되어 1965년에야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985.2.28자로 평생을 몸 담으셨던 교직에서 정년퇴임을 하셨습니다. ※1985.3.6일자 조선일보에 한 손에는 양동이를, 또 다른 손에는 긴 집게를 들고 어린이들과 함께 휴지를 줍고 계시는 선생님의 모습/친일 속죄 20년거리 청소/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1965년부터 정년퇴임하신 뒤 오늘까지 집⇒버스정류자⇒학교주변 구석구석을 20년 동안 쓸고 줍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나는 일제 때 학생들에게 우리말을 못 쓰게 한 죄인입니다. 학생들이 아침에 학교에 오면 작은 표를 하나 줍니다. 표를 가진 학생이 쉬는 시간이나 운동장에서 놀 때 우리 말을 하는 친구를 보면 그 표를 주게 합니다. 표를 받은 학생은 또 다른 친구가 우리 말을 하는 것을 잡아서 넘겨줍니다. 그렇게 돌고 돌다가 집에 가기 전까지 그 날 표를 받았던 학생들을 남겨서 청소를 시키거나 벌을 줍니다. 그 벌을 주던 주번 교사가 나였습니다. 나는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교육이 우리민족을 말살하는 교육임을 알면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속죄의 뜻으로 지금껏 청소를 해 왔으나 죽을 때까지 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선생님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65년부터 청소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당시에 읽었던 ‘간디’의 책 속에서 ‘큰 사람일수록 집안 청소 등 작은 일을 직접해야한다’는 글을 읽고 큰 죄에 대한 속죄하는 마음으로 작은 청소의 길을 택했다고 하셨습니다. 신채호 선생의 ‘꿈 하늘’이 생각납니다. 꿈 하늘의 주인공은 겨레 하늘에 낀 먼지를 쓸어내기 위해서 큰 비를 들고하늘 쓸기를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이 역사의 죄를 잊지 않으시고, 그 죄를 짊어지시고한 반도의 한 귀퉁이를 깨끗이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또한 5.16 이후에 잠시 교직을 타의에 의해 떠나야만 하셨던 원인이 1960년도 교원노조에 참여하셨던 이유를 담담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자유당 정권 때 교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선거운동이었습니다. 담임 반 아이들의 보호자명단을 만들어 여당 지지자에게는 O, 민주당 지지자에게는 X를, 잘 모르면 &#8420; 표를 하게 한 뒤 &#8420; 나 X표가 되어 있는 학부모를 만나서 선거운동을 하라는 지시였습니다. 그런데 이 지시를 따를 수가 없었습니다. 교장실에 불려 들어가서나 검사 앞에 가서도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북한에서 공산주의 독재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내려왔다. 만일 여기 남한에서마저 선거가 잘 못되면 나는 갈 곳이 없다. 따라서 나는 도저히 부정선거의 앞잡이 놀이는 할 수가 없다고... 또 인사발령에 관한 부조리가 심했었습니다. 교육풍토를 흐리는 주범이었지요. 지금은 별로 없지만 그 때는 부독본 판매나 잡부금 등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부조리가 많았습니다. 4.19 이후에 잠시 주춤하더니 얼마 안 가서 교장이 또 부독본을 팔라고 해서 나에게 배당된 책을 교무실책상 위에 내놓았습니다. 이제는 정신 좀 차리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어요. 더 이상 죄를 지어서는 안 되겠고, 혼자의 힘으로도 고칠 수 없으니 교원 노조와 같은 단체가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참여한 것이지요. 크게 일도 못했지만 마음은 그랬습니다. 그게 엉뚱하게도 조작된 죄를 쓰고 교직에서 쫓겨남 거죠. 어려움 싸움 끝에 누명을 벗고 다시 교직으로 돌아왔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어야지요. 그래서 아까 이야기한대로 겨레와 내가 가르쳤던 식민지 시대의 학생들에게 지은 큰 죄를 사죄하는 길로 청소하는 작은 일을 택하게 된 것이지요’ 선생님은 복직하신 뒤 20년 동안 말없이 오로지 실천만 하셨습니다. 일제시대 민족의 노예화 교육에 철저했던 일본인 교사를 버젓하게 존경하는 스승으로 신문지상에까지 발표하면서 스스로 반민족적 친일교육을 열심히 하였던 초기교단생활을 자화자찬하는 원로급(?)교육행정가들 밑에서도 길을 쓸고, 학교구석을 돌며 휴지를 주우셨습니다. 등하교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의 교통정리를 하시고, 물질주의가 판치던 60년대의 과외행렬에도 끼이지 않으셨습니다. 학부모들이 주는 촌지도 받지 않으셨고, 어쩔 수 없이 바게 되면 등기로 되돌려 보내셨다고 합니다. 혹 전 담임으로부터 ‘나는 받았는데 당신만 안 받으면 내 입장이 뭐가 되느냐?’는 핀잔을 받으시면 ‘한 번 받기 시작하면 학부형들이 찾아올 때마다 기대하는 나쁜 버릇이 드니 아예 처음부터 받지 말아야한다’고 설득하셨답니다. 출발이 올바르지 못하면 참교육이 될 수 없다는 마음에서 양심을 굳게 지키셨던 것입니다. 또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수업 방법을 연구하셨고, 학력을 보충해 주기 위해 나머지 공부를 시켜야할 때도 학생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까봐 자연스런 방법을 만들어서 운영하셨다고 합니다. 정년 퇴임식도 마다하시고, 조용히 교문을 나서신 선생님께 끝 말씀을 부탁드리니 ‘설날’이라는 노래가사를 외어 주셨습니다. ‘온 겨레 정성덩이 해 돼 오르니/올 설날 이 아침이야 더 찬란하다/ 뉘라서 겨울을 춥다더냐/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내 손으로 만들자/’ 봄은 꼭 옵니다. 봄이 오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사실이지만 그 봄을 기다리지만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는 구절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교사로 시작하셔서 교사로 끝맺음을 하시고 허허로이 교직을 떠나신 선생님의 ‘말 없이 이름 없이’보내신 46년이라는 삶의 길은 진실을 함양하셨고, 반세기 교육현장의 역사 그 자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 이 땅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봄타령만 하면서 봄이 오는것을 내 손으로 만들거나 진실한 마음으로 맞으려고 하고 있는지? 돌이켜 반성해 봅니다. 어쩌면 봄이 오는 것을 늦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자책 때문입니다. 비로 선생님의 말은 없으시더라도 그 마음은 우리에게 이어지고, 선생님의 이름은 남지 않을지라도 그 뜻은 이 땅에 널리 퍼질 것을 믿습니다. ※(주-향견) 나는 1981년 함석헌 스승님의 맹자 수강(중앙일보사)에서 김남식 선배님을 만났다. 그 후 우리는 명동 전.진.상 교육관 노자(장자)강의까지 따라다니며 한 번도 빠지는 일 없이 맨 앞에 앉는 모범생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는 한 쪽만 보라고 강요하는 현직에서 적응 못하는 문제교사 동지였다. 그런데 함석헌 스승님의 동양사상과 강기철 스승님의 문명론 강의를 받으며 양쪽을 다 볼 수 있는 자유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우리를 일깨워주신 스승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해마다 형제처럼 같이 세배를 다녔다. 한편, 김 선배님은 주변에서 어려운 학생들을 초원장학생으로 추천하여 연수회 때 마다 꼭 데리고 다니셨다. 그러면서도 행사장에서 말 한마디 안 하셨다. 강기철 교수님을 고문으로 모실 때, 함께 고문을 부탁했으나 승낙하지 않아 명예 고문으로 모셨다. 작고하신 뒤에는 자녀들이 부모님의 삶을 기리는 유지 장학기금(1천만원)을 초원장학재단에 기증하셨다. 장학금 이름은 이주영 선생님께서 지조 있게 살다 가신 선생님을 상징하여 청송(靑松)장학금으로 했다(자녀들의 의견에 따라 바꿀 수 있음) 원금은 재단이 존속할 때까지 재단에서 관리하고, 그 열매로 해마다 어린이 한 명에게 표창 장학금을 주고 있다. 한 번 교사는 평생 교사를 지향하는 <초원의 길 스승의 길>을 걸어오신 초원 역사에 기록하는 선배교사다. 한편, 그 자녀들(영래, 창래,강래, 명희..)이 선친의 뜻을 이어 초원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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